
간암 치료의 최신지견, 간동맥 색전술Ⅰ
20년째 B형 간염을 앓았고 수년 전부터 간경변 증상을 보이는 64세 환자 A씨. 정기적인 추적검사 중 간초음파상에서 간좌엽에 4cm 크기의 종괴 1개가 발견되어 정밀검사를 한 결과 간세포암으로 진단되었다. 간기능이 저하되어 수술적 치료의 대상이 되지 못한 A씨의 치료를 위해 소화기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이 환자의 검사결과를 종합하여 약물방출미세구(Drug-eluting bead)를 이용한 간동맥화학색전술(Transarterial chemoembolization, TACE)을 시행하기로 결정하였다. A씨는 시술 하루전 입원하여 오른쪽 사타구니 동맥을 따라 미세한 관을 간동맥에 진입시켜 항암제를 포함한 약물방출미세구를 주입하여 치료한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시술은 1시간 정도 소요되었고, 이후 6시간 동안 절대 안정을 취한 후 다음날 퇴원할 수 있었다. 3주 후 시행한 CT 검사에서 간좌엽의 간세포암은 괴사되어 보이지 않아 완치되었다는 판정을 받았고, 이후 9개월이 지난 지금 간암은 재발하지 않아 추적 관찰하고 있다.
원발 간암(primary liver cancer, 이하 간암)은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한 해에 약 1만 4천여 명의 환자가 새로 발생하여(남자 11,264명, 여자 3,643명) 위암, 폐암, 대장암에 이어 암 등록순위 4위인 암이다. 간암은 우리나라 50 대 전 후 남자의 주요한 사망원인인데 연간 인구 10만 명당 22.7명(남자 34.1명, 여자 11.2명)이 간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다른 암에 비해 간세포암종의 예후가 나쁜 원인으로는 첫째 조기에 혈관 침습을 일으키고 성장 속도가 빠를 수 있는 종양생물학적 특성, 둘째 대부분의 간세포암종이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을 동반하고 있어 적극적 암 치료에 장애가 된다는 점, 셋째 대부분 간암이 특이 증세가 없어 주기적 검사를 시행하지 않으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근치적 치료가 어렵다는 문제이다. 그러나 다행히 암 생존율 보고가 시작된 지난 2002년 이후 간암의 5년 생존율은 꾸준한 개선을 보이고 있다.
간암 환자는 대부분 간경변증 등 만성간질환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동반된 간 질환에 의한 합병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어 다른 질환에 비해 그 예후가 더욱 나쁘다. 진행된 간암은 진단 후 6개월 이내에 사망하며 평균 생존기간도 4개월밖에 되지 않는데 비해 크기가 3cm 미만인 작은 간암은 수술할 경우 5년 생존율이 60%를 넘을 정도로 예후가 좋아 조기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간암의 치료법은 매우 빠르게 발전해 왔다. 간암의 치료방법 중 가장 확실한 치료는 수술로 종양 부위를 제거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반된 심각한 간 질환 때문에 수술 자체가 위험한 경우, 간암의 크기가 너무 크거나 여러 개가 동시에 발생해 있는 경우가 흔해 실제 간암환자 중 수술을 받는 사람은 20% 미만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효과적 치료가 가능하다.
간동맥화학색전술 간동맥 화학색전술은 간암치료에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종양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간동맥을 찾아 항암제가 섞여 있는 치료약을 종양 조직 내에 투여해 종양혈관의 흐름을 차단하고 종양만을 선택적으로 괴사시키는 방법이다. 시술 방법은 화학요법제인 독소루비신(doxorubicin), 시스플라틴(cisplatin), 마이토아이신 C (mitomycin C)를 리피오돌에 혼합하여 암 영양동맥에 주입하고 이어서 색전물질(젤라틴 스펀지 입자나 폴리비닐 알코올 입자 등)로 동맥색전술을 시행하여 종양의 허혈을 유발한다. TACE는 종양이 큰 경우에는 반복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암이 완전히 소실되는 빈도가 낮으므로 근치적 치료법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종양이 4 cm 보다 작은 경우에는 미세도관으로 영양혈관을 초선택하여 완전한 TACE를 시행함으로써 50% 이상에서 완전 종양 괴사를 유도하는 항암 효능을 보인다. 최근 전향적 코호트연구 결과에 따르면, 8,510명에서 시행한 TACE의 전체 1, 3, 5, 7년 생존율은 각각 82%, 47%, 26%, 16%이었고, 종양의 크기가 5cm 이상인 경우의 1, 3, 5년 생존율은 각각 63%, 30%, 16%이었다. 한편, 절제불가능 간세포암종에서 TACE가 대조군(무치료군)에 비해 생존율을 증가시킨다는 무작위 대조연구가 발표되었고, 이들의 meta-analysis를 통하여 TACE가 생존율을 향상시킴이 밝혀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