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연 과장 |
당뇨병 환자에서 민간요법의 위험성
당뇨병 환자가 혈당을 잘 조절하지 않으면 심근경색증으로 급사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뇌경색증이 발생하여 사지마비 등의 후유증으로 고생을 하게 되고, 말기신부전으로 진행하게 되면 투석을 해야 하며, 당뇨병성 족부병변으로 다리를 자르는 환자분들도 있으며, 실명 등 여러 합병증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초기부터 혈당 조절을 잘하면 당뇨병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합병증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에게 적극적인 약물 치료 혹은 인슐린으로 혈당 조절을 잘 하는 것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당뇨병을 진단받는 환자의 대부분은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 혹은 인슐린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은 인슐린을 맞거나 약을 복용하게 되면 인슐린이나 약이 몸에 중독이 되어서 평생 인슐린을 맞거나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아주 잘못된 오해를 하고 있다. 반면 주위에 지인들이 천연식품이라 안전하다고 권유하는 민간요법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하지 않고 의존하는 경우들이 많다. 또한 건강기능식품에 대해서도 전문가인 의사들이 처방해주는 약보다 안전하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2017년 대한당뇨병학회지에 ‘건강기능식품제도, 폐지할 때가 되었다’라는 제목으로 건강기능식품제도가 문제가 있다고 발표되었다.
논문에서 저자는 현행 건강기능식품제도는 건강기능식품의 정의와 개념에서 비과학적이며 비논리적이며, 기능성 등급 역시 허술하고 엉성할 뿐만 아니라 현재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되어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과 안전성이 최신 연구결과를 고찰해 본 결과, 임상적 근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근거중심의학에 기초해 건강기능식품제도에 대한 전면적이고 엄격한 재검토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과 안전성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최신의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이 되고 있기 때문에 건강기능식품제도를 과감하게 폐지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따라서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한 건강기능식품이라고 하더라도 그 기능성과 안전성을 답보할 수 없으므로 이미 당뇨병이라는 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 복용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요즘 가장 많이 하고 있는 민간요법들 중 하나가 돼지감자와 여주이다.
국화과의 돼지감자(Jerusalem artichoke L.)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귀화식물이다.
돼지감자의 주성분인 이눌린이 인슐린으로 잘못 인식이 되어서 당뇨병 환자들은 돼지감자를 먹으면 혈당이 떨어질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 이눌린은 과당(fructose)의 중합체로서 돼지감자 건조 중량의 약 75%를 차지하며, 돼지감자는 보통의 식물들과는 달리 탄수화물의 대부분을 녹말의 형태로 저장하지 않고 이눌린으로 저장하고 있다. 즉 이눌린은 인슐린이 아니고 탄수화물이다. 본 병원에서 말린 돼지감자 덩이줄기 20g을 물 2L에 넣고 끓인 후 불을 줄여서 뭉근한 불로 물의 양이 반이 되게 달인 후 달인 물을 식혀서 포도당을 측정하였더니 포도당이 84mg/dL가 나왔다.
따라서 돼지감자 달인 물을 마신다는 것은 설탕물을 먹는 것과 비슷한 것이고 당연히 혈당은 올라가는 것이다. 본 병원에서 돼지감자 달인 물을 먹고 고혈당이 발생하여 입원치료를 했던 환자에 대한 경험을 대한당뇨병학회지에 발표를 했었다. 돼지감자의 또 다른 치명적인 문제점의 하나가 칼륨양이 100g 당 630mg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감자 100g당 550mg보다 더 많은 칼륨이 들어 있다는 것이다. 혈액 내 칼륨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되면 부정맥, 심장의 쇼크, 근육 마비 등의 위험이 발생된다. 따라서 칼륨 배설이 잘 이뤄지지 않는 당뇨병성 신부전이 있는 환자에서는 생명이 위험해 질 수 있는 고칼륨혈증이 발생 될 수 있으므로 돼지감자의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여주는 원산지가 인도 등 아시아 열대 지방이며 필리핀에서는 ‘암팔라야’ 라고 불린다.
여주 또 한 일반적으로 물에 넣어서 끓여서 많이 복용하고 있다. 여주 또한 칼륨이 많이 들어 있고 여주 100g 당 탄수화물이 3.1g이나 들어있다. 따라서 생수 대신에 여주 달인 물을 한 잔 먹는 것은 당뇨병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해롭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임산부의 경우 여주는 하혈, 자궁 수축, 유산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섭취를 피하도록 권고하고 있고, 과육이 터지면 나타나는 빨간색 가종피는 소아의 경우 구토 및 설사, 사망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간 효소 수치가 증가되는 경우도 관찰되고, 이외에도 복통, 설사, 급성 위궤양 같은 위장관계 부작용, 발진, 가려움, 호흡곤란 같은 알러지 반응, 두통 등의 부작용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 외에도 당뇨병 환자들은 혹시나 당뇨병을 완치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건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나 하는 마음에서 안전성과 기능성이 확보되지 않은 많은 민간요법들을 하고 있고 그 피해를 바로 본인 자신이 받는 것을 진료실에서 많이 경험한다.
당뇨병을 가진 환자들에게 당뇨병성 합병증에 걸리는 확률을 최대한 줄여 줄 수 있는 방법은 민간요법을 하지 않고, 경구혈당강하제 혹은 인슐린으로 혈당 조절을 잘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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